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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tic Model A 매칭기 - 3. 링돌프 SDA-2400

리뷰어 : 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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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헤레틱(Heretic) Model A 스피커 매칭기 3번째이자 마지막 편은 클래스D 파워앰프다. 링돌프(Lyngdorf)의 SDA-2400 파워앰프로, 8옴에서 200W, 4옴에서 400W를 낸다. 1편은 8옴 250W, 4옴 380W의 클래스AB 솔리드 파워앰프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이었고, 2편은 12.5W의 클래스A 진공관 파워앰프 올닉 A-1500이었다. 서로 다른 증폭과 구동 메커니즘, 증폭 소자를 갖춘 파워앰프가 Model A를 만나 어떤 소리를 들려주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 이번 매칭기의 기획 의도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파워앰프 매칭 통해 첫 소리에 반했던 이 스피커의 될성부름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링돌프 SDA-2400

링돌프의 SDA-2400 파워앰프는 클래스D 증폭 앰프다. 원래 링돌프는 Equibit라는 풀 디지털 앰프로 유명하고 실제로 TDAI-3400 같은 스트리밍 앰프는 Equibit 회로를 채택했지만, SDA-2400은 아니다. Equilog라는 클래스D 앰프회로를 채택했다. 디지털 앰프와 클래스D 앰프의 차이는 디지털 신호 입력시 DAC 파트를 거치는지 여부다. 거치면 클래스D, 안거치면 디지털 앰프다. 디지털 앰프는 말 그대로 증폭과정을 풀로 디지털로 처리하니 디지털 신호가 들어와도 아날로그 신호로 바꿀 필요가 없고 이러니 DAC도 필요없다. 이에 비해 클래스D 앰프 SDA-2400은 디지털 신호 입력시 PCM5102A라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스테레오 DAC 칩을 거친 후 스위칭 증폭 과정에 돌입한다.

헤레틱 Model A

본격 매칭에 앞서 다시 한번 Model A를 핵심 체크하면 다음과 같다. Model A는 캐나다 브랜드 헤레틱에서 2023년에 출시한 12인치 동축 스피커로, 12인치 우퍼 안에 1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박혔고, 동축 유닛 둘레에는 쇼트 익스포넨셜 혼이 마련됐다. 그렇다고 돌출 혼은 아니고 12겹 자작나무 합판으로 만든 인클로저를 활용한 혼이다. 저음 튜닝을 위해 인클로저 전면 아랫쪽에 덕트리스 포트가 2개 나있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 감도는 100dB, 주파수응답특성은 35Hz~22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1.7kHz다.​​

No.3 헤레틱 Model A + 링돌프 SDA-2400

필자의 Model A 시청 시스템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본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솜의 sMS-200 Ultra, DAC는 코드 Hugo M-Scaler와 마이텍 Manhattan II DAC 조합, 프리앰프는 패스 XP-12를 동원했다. ​​앞선 매칭 때와 동일한 시스템이다. 파워앰프만 바꿨다. 아날로그 음원은 룬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노라 존스 - Seven Years (Come Away With Me)

클래스D 앰프에 대한 편견이 아직 남아 있어서일까. 첫 인상은 의외로 힘이 있는 앰프이자, 스피커 + 앰프 조합이 적극적으로 음악을 재생한다는 것. 올닉 300B 싱글 파워앰프 조합 때와 비교하면 저음의 양감이 보다 풍부하고 음을 필자 앞으로 보다 들이민다. 클래스AB 앰프 AW250R에 비하면 음과 무대가 두텁지만 무대 앞은 덜 투명하고 색온도가 약간 높다. 이는 양날의 검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앞선 두 앰프 조합에 비해 보컬이나 악기 이미지 윤곽선에 약간의 색번짐이 있다. 이 곡만 놓고 섣불리 판단해본다면, Model A 입장에서 최고의 조합은 AW250R(클래스AB, 바이폴라트랜지스터), A-1500(클래스A, 300B), SDA-2400(클래스D) 순이다.

소니 롤린스 - St. Thomas (Saxophone Colossus)

정말 의외의 결과다. 색소폰과 드럼이 파워풀하게 작렬하고 저음도 많이 나오는 이 재즈곡에서는 단연 SDA-2400이 가장 놀랄 만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소릿결은 아주 남성적이며 음 하나하나가 선이 굵다. 무대 포커싱도 확실하고 고음은 똑부러진다. 무엇보다 약간 투박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색소폰의 호방한 블로잉이 느껴져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러라고 Model A 같은 스피커가 존재하는 것이다. 시원시원하다. 비로소 Model A 스피커가 100dB 고감도 스피커임을, 우퍼 사이즈가 12인치임을, 1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에 혼을 조합한 스피커임을 절감한다.

이 곡에서는 또 다른 수확도 있다. Model A가 앰프 성향이나 음색을 비교적 정확하게 드러내주는 모니터 성향이 있다는 것. 편안하지만 음의 민낯이나 보다 원시적인 에너지를 원하면 300B 싱글 앰프, 음 하나하나의 해상력과 확실한 저음 댐핑을 원하면 클래스AB 증폭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앰프, 힘차고 남성적이며 스트레이트한 음을 원하면 SDA-2400 같은 잘 만든 클래스D 앰프다. 하여간 이 곡에서 Model A + SDA-2400 조합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하는 쾌감을 안겼다.

힐러리 한 - Bach Violin Concerto No.2 (Bach Violin Concertos)

이 곡을 들어보니 확실히 300B 진공관 싱글 구동 앰프에서 느꼈던 특유의 비릿한 쇠 냄새가 나지 않는다. 출력트랜스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보다 개운한 소리, 똑부러지고 음영이 확실한 소리를 들려준다. 오케스트라 등장시 음 하나하나의 알갱이가 조밀하기보다는 큼직큼직한 스타일인데, 이는 역시 대구경 우퍼와 컴프레션 드라이버, 인클로저 혼을 조합한 스피커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다. 이러한 스피커의 호방한 기세와 100dB라는 고감도가 8옴 200W, 4옴 400W라는 선형적인 출력의 클래스D 앰프를 만나니 그 본색을 더 잘 드러낸다.

A.R.라만 - Dacoit Duel (Between Heaven and Earth)

이 곡은 앞서 250W 푸시풀 클래스AB 솔리드 앰프 매칭에서는 인파이터 복서가 내지른 강력한 훅, 12.5W 300B 싱글 클래스A 앰프 매칭에서는 아웃사이더 복서가 날린 회심의 스트레이트 한 방을 맞은 듯했다. 두 앰프 모두 얼얼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력한 파워와 빠른 스피드를 만끽했다. 하지만 SDA-2400과 매칭에서는 어딘지 북 타격이 물렁하고 속도가 약간 느리다는 인상. 전체적으로 몸이 덜 풀리고 경직된 소리를 들려준다. 앞서 두 앰프에서 느꼈던 송곳처럼 예리한 맛이 덜 느껴지는 것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Model A의 임피던스 곡선이 공칭값 8옴 이하로는 잘 안떨어지는 바람에, 8옴에서 200W, 4옴에서 400W라는 SDA-2400의 장기를 100% 발휘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총평

Model A와 SDA-2400

Model A를 필자의 시청실에서 2개월 넘게 들어본 소감은 이렇다. 우선 생긴 것과는 다르게 해상력이 뛰어난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어떤 앰프를 만나더라도 뭉개지거나 혼탁한 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 보컬이든 악기든 그 발음이 정확하고 의사가 왜곡없이 전달된다. 음색이 왜곡되는 경우도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짐작컨대, Model A가 알텍랜싱 A7을 오마주하면서도 동축유닛을 채택한 이유, 내부에 저음 증폭기라 할 덕트를 생략한 이유, 2웨이 네트워크 회로에 문도르프 같은 현대 하이엔드 부품을 쓴 이유가 아닐까 싶다.

두번째는 100dB 고감도 스피커가 전해주는 시원시원한 사운드다. 이는 특히 AW250R과 매칭에서 가장 돋보였는데 어떤 곡을 재생해도 스피커와 필자 사이에는 그 어떤 필터나 가림막, 베일이 없었다. Model A를 들으면서 무대 앞이 투명하고 착색이 없는 소리라고 느낀 이유다. 하여간 낮은 감도를 통해 SN비는 얻었지만 자연스러움을 잃은 요즘 스피커들과는 결이 완전 다르다. 사람에 비유하면, 하루종일 이러저리 잔머리 굴리는 스타일, 속 알맹이는 없고 겉멋만 잔뜩 든 스타일은 전혀 아니다. 곁에 두고 벗으로 삼고 싶은 그런 스타일이다.

대신 Model A가 최상의 소리, 숨은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파워앰프도 그렇고, 앞단의 소스기기와 프리앰프쪽이 SN비가 좋고 왜율이 낮아야 한다. 100dB 스피커를 적당한 볼륨으로 울리기 위해서는 윗물이 어느 때보다 맑고 깨끗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진공관 앰프보다는 솔리드 앰프, 클래스AB보다는 클래스A나 클래스D 앰프가 유리하다고 판단된다.

다음은 소출력 진공관 파워앰프라면 반드시 실제 구동력이 받쳐줘야 한다. 헤레틱에서는 3W 앰프로도 충분히 구동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저음 악기들이 순식간에 소리를 내고 뒤로 빠르게 빠지기 위해서는 파워앰프의 댐핑팩터는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진공관의 높은 출력 임피던스를 확실하게 떨어뜨려주는 출력트랜스의 완성도가 관건이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최적의 볼륨과 최적의 공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쩌면 이는 모든 스피커들이 제 소리를 내기 위한 전제조건인데, 12인치 우퍼와 컴프레션 드라이버, 대형 인클로저 혼, 여기에 감도까지 100dB로 높은 Model A로서는 더욱 절실하다. 반대로 말하면 어떤 공간에 Model A를 놓느냐, 그리고 똑같은 공간이라도 어떤 볼륨으로 세팅해서 어느 정도 떨어져서 듣느냐가 관건이고 바로 이 지점에서 주인장의 공력이 드러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낮은 볼륨에서는 음원의 민낯을, 적당한 볼륨에서는 의외의 다이내믹스를 만끽할 수 있었던 올닉의 300B 싱글 앰프가 가장 좋았다. 이에 비해 일렉트로콤파니에는 적당한 볼륨을 확보해야 제 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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