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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tic Model A 매칭기 - 2. 올닉 A-1500

리뷰어 : 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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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닉 A-1500 파워앰프(가운데 밑), 헤레틱 Model A 스피커(오른쪽)

캐나다 헤레틱(Heretic) Model A 스피커 매칭기 2번째 편은 예고해드린 대로 300B 싱글 파워앰프다. 필자가 벌써 몇년 째 쓰고 있는 올닉의 A-1500 진공관 파워앰프로, 300B를 채널당 1개씩 써서 12.5W를 낸다. 물론 싱글 구동, 클래스A 증폭이다. 전압증폭 및 드라이브는 복합관 ECL805가 담당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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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A

본격 매칭에 앞서 다시 한번 Model A를 핵심 체크하면 다음과 같다. Model A는 캐나다 브랜드 헤레틱에서 2023년에 출시한 12인치 동축 스피커로, 12인치 우퍼 안에 1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박혔고, 동축 유닛 둘레에는 쇼트 익스포넨셜 혼이 마련됐다. 그렇다고 돌출 혼은 아니고 12겹 자작나무 합판으로 만든 인클로저를 활용한 혼이다. 저음 튜닝을 위해 인클로저 전면 아랫쪽에 덕트리스 포트가 2개 나있다. 공칭 임피던스는 8옴, 감도는 100dB, 주파수응답특성은 35Hz~22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1.7kHz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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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


Model A는 알텍 랜싱의 A7 스피커를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 우퍼를 수납한 인클로저가 누가 봐도 A7을 오마주했다. 물론 세세한 것은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A7은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15인치 우퍼를 분리했고, Model A는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12인치 우퍼와 동축으로 설계했다. 따라서 A7에 있던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위한 섹토럴 혼도 없다. 결정적으로 인클로저 사이즈와 무게가 다르다. A7이 조금 더 키가 크고 무게가 더 나간다. 

내친 김에 알텍 랜싱의 보이스 오브 씨어터(Voice of The Theatre. VOTT) 시스템과 A7의 세계를 간략히 살펴봤다. 

Voice of The Theatre, A7

극장용 사운드 재생 시스템으로 알텍 랜싱(Altec Lansing Corporation)의 VOTT가 탄생한 것은 1945년이다. 이 해 플래그십 A1과 이보다 우퍼 갯수가 적은 A2, A4, A5가 나온 것이다. 

A1은 288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1505 멀티셀 혼(3x5 = 15 셀), 515 15인치 우퍼 6개 조합이고, A2는 515 우퍼가 4개다. 두 모델 모두 2800석 규모 극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A1의 경우 인클로저 위에 올린 멀티셀 혼을 뺀 높이만 2.13m(7피트)에 달하는 초대형기다. 

이들보다 작은 1200석 극장을 위해 탄생한 것이 A4다. 288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1505/1005 멀티셀 혼, 515 우퍼 2개를 조합했다. 

A4보다 더 컴팩트한 사이즈로 A5와 A7이 출시됐다. 두 모델 모두 750석 규모 극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으며, A5가 H110, A7이 828 인클로저를 채택했다. 

A5의 경우 288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1505/1005/805 멀티셀 혼, 515 15인치 우퍼 1개를 조합했고 크로스오버는 N-500C 네트워크를 이용해 500Hz에서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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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7의 515 15인치 우퍼와 양 사이드의 익스포넨셜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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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에 출시된 A7의 경우 288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511 섹토럴 혼(수평확산각 90도 x 수직확산각 40도. 이에 비해 멀티셀 혼은 수직확산각이 최대 125도에 이를 정도로 넓다), 515 15인치 우퍼 1개를 조합했고 크로스오버는 N-800 네트워크를 이용해 800Hz에서 끊었다. 주파수응답특성은 20Hz~16kHz로, 네트워크 회로 적용 전 우퍼 커버리지가 20Hz~1kHz, 드라이버 커버리지가 500Hz~16kHz였다. 

A7의 공칭 임피던스는 16옴(우퍼 8옴/16옴, 드라이버 8옴/16옴/24옴/32옴), 감도는 우퍼가 104/105.5dB, 드라이버가 115dB를 보인다. 우퍼와 드라이버의 이같은 고감도 스펙은 잘 아시는 대로 당시 진공관 앰프가 대출력을 낼 수 없었던 환경의 산물이다. 섹토럴 혼을 제외한 인클로저 높이는 1m, 무게는 61kg이었다(Model A는 높이 93cm, 무게 40kg). A7은 이후에도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500Hz로 내린 A7-500(1963년),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다시 800Hz로 올린 A7-XX(1966년) 등 여러 모델이 계속해서 나왔다. 


No.2 헤레틱 Model A 올닉 A-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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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시청 시스템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본다.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솜의 sMS-200 Ultra, DAC는 코드 Hugo M-Scaler와 마이텍 Manhattan II DAC 조합, 프리앰프는 패스 XP-12를 동원했다. ​​음원은 룬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이번 헤레틱 Model A와 올닉 A-1500 매칭의 핵심은 감도 100dB 12인치 동축 유닛을 12.5W짜리 소출력 진공관 앰프가 어느 정도 울릴지 여부다. 또 첫번째 매칭 때 등판한 8옴 250W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앰프와는 얼마나 다른 소리를 들려주는지도 관전 포인트. 개인적으로는 투명하고 정갈한, 그러면서도 은근히 그립력이 있는 A-1500 특유의 음색과 구동력이 Model A를 만나서도 제대로 구현되는지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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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 존스 - Seven Years (Come Away With Me)

아, 확실히 차이가 크다. 우선 처음 무대 중앙에 맺히는 기타와 보컬 이미지의 윤곽선이 8옴 250W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앰프에 비해 덜 또렷하다. 이미지 크기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 하지만 노라 존스의 숨결이라든가, 좌우에 자리잡은 악기들의 연주는 더욱 세밀하게 포착된다. 이들이 필자와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 같다. 곡이 끝나고 과연 두 매칭에서 보다 빠릿빠릿한 쪽이 어느 것인가 자문해보면 일렉트로콤파니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대신 곡을 듣는 내내 감칠 맛이 더 돈 쪽, 그래서 계속해서 음악을 듣고 싶은 앰프가 어느 것인가 묻는다면 단연 올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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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롤린스 - St. Thomas (Saxophone Colossus)

무대의 레이어, 드럼의 탄력감, 배경의 적막감, 무엇보다 재즈 특유의 스윙감이 잘 느껴진다. 물론 드러밍 파워나 타격, 색소폰 블로잉의 양감은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가 낫지만, 드럼 연주의 디테일이나 무대의 공간감은 올닉 앰프가 낫다. 무엇보다 현재 재생되는 음악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이번 300B 싱글 앰프와 12인치 동축 혼 스피커 조합에서 두드러진다. 게다가 이 곡의 녹음년도(1956년)를 감안하면 소출력 진공관 앰프에 물린 이 소리가 원곡의 오리지널리티를 보다 솔직하게 드러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에 비해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 매칭은 결과적으로 지극히 현대적이고 해상력이 돋보인, 그래서 Model A가 레트로 겉모습을 한 찐 현대 스피커임을 깨닫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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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한 - Bach Violin Concerto No.2 (Bach Violin Concertos)

이 곡에서는 바이올린 소리에서 약간의 비릿한 녹 냄새가 느껴지는데 이것이 혹 진공관 앰프 끝단에 들어간 출력트랜스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확실히 솔리드 앰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착색이나 왜곡이 전해진다. 하지만 이 착색과 왜곡이 듣기에 안좋은가, 자문하면 그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위기 순간에 저음이 약해지는 것을 막고, 고음의 피크가 뜨는 것을 막아주는 듬직한 형 노릇을 해주는 것 같다. 이 곡 뿐만 아니라 다른 곡들도 올닉 A-1500으로 들으면 이상할 정도로 편안해지는 이유다. 대신 무대 앞의 투명감이나 SN비 같은 오디오적인 쾌감은 일렉트로콤파니에 AW250R 앰프가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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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라만 - Dacoit Duel (Between Heaven and Earth)

무대 장악력이 장난이 아니다. 처음부터 필자의 모든 감각을 가상의 무대 중앙에 쏠리게 한다. 대단한 스테레오 이미지가 아닐 수 없다. 낮은 볼륨(9~11시)에서 타악기들의 타격은 예상대로 250W 앰프에 비할 바가 안되지만, 타격 이후 그 남겨진 음들이 녹음공간에서 서서히 소멸되는 모습은 그야말로 원톱이다. 조금 높은 볼륨(11~1시)에서는 인상이 완전히 바뀌어서 지금이 12.5W 출력이 맞나 싶을 정도로 타격감이 세다. 이러다가 12인치 우퍼는 물론 자작나무 합판 인클로저에 금이 가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까지 든다. 맞다. 이러라고 12인치 우퍼에 감도가 100dB인 스피커가 있는 것이다. 이 곡으로 판단컨대, 250W 푸시풀 클래스AB 솔리드 앰프의 타격은 인파이터 복서가 내지른 강력한 훅, 12.5W 300B 싱글 클래스A 앰프의 타격은 아웃사이더 복서가 날린 회심의 스트레이트 한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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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A

정리해본다. 300B 싱글 파워앰프는 장단점이 뚜렷했다. 낮은 볼륨에서는 편안함과 누긋함, 음악에 빠져드는 몰입감은 좋았지만 이미지의 선예도나 무대의 견고함은 아쉬웠다. 출력트랜스로 인해 무대 앞이 트랜스프리 솔리드 앰프에 비해 덜 투명한 점도 파악됐다. 하지만 적정 볼륨 이상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솔리드 앰프의 파워와 직열3극관 앰프의 리니어리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강력했고 플랫했다. 특히 저음의 타격감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불의의 일격이기에 몸이 더 아팠다. 

스피커에 집중해보면, 헤레틱의 Model A는 재생음이 어떻게 나와야 될지 잘 아는 영리한 스피커다. 낮은 볼륨으로 들은 노라 존스와 적정 볼륨으로 들은 Dacoit Duel은 도저히 같은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라고 여길 수가 없다. 어쩌면 저렇게 생긴 인클로저와 혼이 소리를 태생적으로 잘 내는 디자인인지도 모른다. 일단 음악이 시작되면 작지 않은 덩치의 스피커가 일제히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모습이 멋지다. 

Model A는 또한 대출력 솔리드 앰프와 소출력 진공관 앰프의 서로 다른 맛을 알맞게 살려주는 그런 스피커다. 일렉트로콤파니에 앰프에 물리면 감도 100dB 스피커가 맞나 싶고, 올닉 앰프에 물리면 컴프레션 드라이버에 12인치 우퍼를 단 스피커가 맞나 싶다. 각각 오버 드라이빙이나 언더 드라이빙 걱정은 안하셔도 된다는 이야기다. 대신 대출력 솔리드 앰프는 스피커 감도가 무척 높기 때문에 왜율이 낮고 SN비가 높아야 한다. 소출력 진공관 앰프는 출력관은 물론이고 드라이브관, 전원트랜스, 출력트랜스 모두에 장인의 손길이 베풀어진, 진정한 의미에서 웰메이드 제품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리뷰를 통해 접한 마스터사운드의 Spettro 프리앰프, Monoblock 845 모노블럭 파워앰프 조합을 헤레틱 Model A에 물리면 어떨까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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